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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스크랩

기획-대학가 패션>대학가 멋쟁이들은 ‘합리적 소비자’

기획-대학가 패션>대학가 멋쟁이들은 ‘합리적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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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된장녀’ 논란으로 여대생들의 소비 패턴이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유명 브랜드 옷으로 휘감고 또각또각 캠퍼스 안을 누빈다는 그들. 새 학기가 시작된 캠퍼스 안은 뛰어난 패션감각을 뽐내는 멋쟁이들로 더욱 활기를 띠는데, 과연 그들은 모두 명품 의류로 휘감고 있는 것일까? 2007년을 살아가는 우리 대학생들은 어디서, 얼마나 많은 돈을 들여 옷을 사고, 어떻게 입고 다니는지 알아보자.


글_조윤영 대학생기자(yy8583@naver.com)

사진_정재훈 대학생기자(coolbits@naver.com)


유행과 개성을 추구하는 대학생. 그들에게 있어 옷은 다른 사람과 나를 차별화시키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수단이다. 외모도 경쟁력으로 인정받는 분위기에서 대학생들에게는 옷 잘 입는 것이 스펙 쌓기만큼이나 중요하다. 한 달 용돈의 약 70%를 옷값으로 지출하는 여대생 이명혜(성균관대 3학년) 씨는 주로 브랜드 매장에서 옷을 구입한다. “보세 가게나 인터넷 쇼핑몰은 가격이 저렴해서 좋지만, 명품의 카피 제품이 많아서 자칫 나와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어서 민망하기도 하거든요.” 반면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이상원(남ㆍ한양대 3학년) 씨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가격 흥정 같은 소모적인 행위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 좋다”며 “나만의 개성 있는 스타일과 잘 맞는 곳을 골라 몰아서 구입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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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패스트 패션’ 유행

아르바이트나 용돈으로 생활을 꾸려 가는 대학생들에게 의복 구입비는 이만저만 부담이 아니다. 유행과 개성, 거기에 경제성까지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욕구를 채워 주기에는 호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트렌드를 읽고 등장한 것이 바로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패스트 패션은 맥도널드와 같은 패스트푸드 전문점처럼 거대 체인망을 갖추고 유행에 따라 스타일을 신속하게 바꿔 가며 생산하는 옷을 말한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유럽의 H&M, MANGO, ZARA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는 전 세계적으로 젊은 여성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울 21, 버스갤러리, 주마 같은 보세 브랜드들이 중저가 의류 시장에서 10~20대 여성에게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각종 매체에서는 패스트 패션의 유행을 소개하며 그 중심에 대학생이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유행에 민감한 대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최신 스타일의 옷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대학생들은 일회용 옷처럼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을 선호할까?


본지에서 대학생 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옷을 구입할 때 37%가 ‘옷의 질’을 중시한다고 대답했고 30%가 ‘가격’, 13%가 ‘유행’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가격만큼 옷의 질도 중요시한다는 말이다. 여대생 김지현(연세대 2학년) 씨는 “아무리 싸고 예뻐도 오래 못 입을 옷이면 사게 되지 않는다”며 “싼 옷을 자주 사서 입고 버리는 것보다 질 좋은 옷을 사서 유행에 맞게 다른 옷들과 매치해서 입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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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대상(서울시내 남녀대학생 90명:남 35명/여 55명)


▷남자는 ‘브랜드 매장과 인터넷’, 여자는 ‘백화점’

지난해 본지에서 대학생 4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학생 한 달 용돈’ 통계에 따르면 30만~50만 원이 45.1%로 가장 많았고, 15만~30만 원이 39.9%, 15만 원 이하라는 응답은 4.2%였다. 그중 대학생들은 의복 구입비로 한 달에 얼마를 쓸까? 본지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90명(남자 35명/여자 55명) 중 의복 구입비로 5만~10만 원을 지출하는 학생이 36%로 가장 많았다. 이는 한 달 용돈의 약 1/5에 달하는 금액이다.


옷을 구입하는 장소는 남학생의 40%가 브랜드 매장, 여학생의 45%가 백화점을 꼽았다. 여학생들은 백화점을 선호하는 이유로 편리함(33%)를 가장 많이 꼽았다. 김지수(여ㆍ덕성여대 3학년) 씨는 “다양한 옷들을 한꺼번에 비교할 수 있어 좋고, 세일기간을 이용할 경우 보세 매장과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며 “상품이 잘못되었을 경우 보상이나 환불, 수선 등 서비스가 가능해서 더욱 편리하다”고 선호 이유를 설명했다. 여학생들이 백화점 다음으로 꼽은 장소는 마리오, 애플, 뉴코아 등 요즘 늘어나고 있는 아울렛 매장(37%)이다.


남학생은 인터넷 쇼핑몰(39%)을 브랜드매장(40%)과 비슷한 비율로 꼽았는데, 미리 의류를 골라놓았다가 인터넷에서 가격을 비교해 더 저렴한 곳에서 구입하는 경향이 높았다. 인터넷 구매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같은 옷이라도 잘만 하면 30% 이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 의류 사이트에서 싼 가격만 강조하던 것은 옛말. 요즘은 디자인이 우수하고 질 좋은 의류 사이트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해외쇼핑 구매 대행을 하는 한 업체는 다른 인터넷 쇼핑몰들에 비해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지만, 해외에서 유행하는 옷들을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질도 좋아 대학생들이 즐겨 찾는다.


한편 유행을 타는 옷은 가격이 저렴한 시장에서, 오래 두고 입을 옷은 백화점에서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고등학교 때까지 억눌려 있던 여성스러움을 표현하고픈 새내기 여대생들에게 인기 있는 아이템은 파스텔톤 재킷. 김수정 씨는 “유행 타는 화려한 재킷을 사면 내년엔 옷장 속에서 꺼내기 힘들어진다는 언니 말에 동대문에서 구입했어요. 백화점에서 비싼 돈 주고 샀는데 한 해 입고 못 입으면 아깝잖아요”라며 파스텔톤 재킷을 시장에서 구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윤상미(여ㆍ숙명여대 3학년) 씨는 “처음 입학했을 때는 화려하고 여성스러운 옷을 많이 샀어요. 그런데 이제는 사회 나가서도 입을 수 있는 스타일, 여러 해 질리지 않고 입을 수 있는 옷을 찾게 돼요”라며 백화점을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나만의 방식, 나만의 개성으로

얼마 전 명품 브랜드만을 선호하는 여대생을 ‘된장녀’에 빗대어 희화한 것이 유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실상에서는 그렇지 않다. 자신이 선호하는 명품 아이템을 구입하기 위해 몇 개월씩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명품이라면 소위 ‘짝퉁’이라도 들고 다닌다는 추세는 변하고 있다. 김연희(여ㆍ경희대 3학년) 씨는 가짜 상표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로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멋있는 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생각 없이 명품 선호 대열에 끼기보다는 합리적인 가격 안에서 나만의 개성을 추구한다는 말이다.


장윤경(여ㆍ이화여대 4학년) 씨는 입던 옷을 원하는 스타일로 고쳐주는 리폼하우스를 자주 이용한다. “유행 지난 옷도 약간만 변화를 주면 멋지게 바뀌니까 자주 와요. 제 체형, 제 취향에 딱 맞게 수선해 주니 더 좋고요.” 이런 추세에 따라 리폼을 해주는 업체 또한 인기다. 헌 옷을 예쁜 디자인으로 바꿔 주는 이대 앞의 ‘리폼 하우스’들은 여대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친구들 사이에 옷 잘 입기로 소문난 김승미(건국대 국어국문과 05) 씨는 스카프나 벨트, 목걸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비법이라고 말한다. “같은 옷이라고 어떻게 코디해서 입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 보이죠. 니트 하나를 입어도 목걸이나 두꺼운 벨트로 포인트를 주면 한결 멋스러워지거든요.” 그는 이러한 소품들을 인터넷에서 저렴하게 구입한다.


who.a.u. 이대본점 매장 매니저 문진석 씨는 “요즘 대학생들은 인터넷으로 가격 및 스타일 등 패션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매장의 정보까지 파악하고 와서 놀라고 있다”며 “직접 입어 보고 자신에게 딱 맞는 스타일을 꼼꼼히 따질 줄도 안다”고 전했다. 그만큼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대학생들. 그들은 지출 가능한 금액 안에서 옷의 질과 유행, 자신의 취향을 두루 고려해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자매지 캠퍼스헤럴드(www.camhe.co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