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디자인 마이 행사중 가장 눈길을 끈 것 중 하나는, 폭트와 바이쩨네거 사무실인 V + W (Vogt + Weizenegger, 올리버 폭트, 헤르만 바이쩨네거)에서 고안한 이야기가 있는 옷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를 모색하려는 프로젝트인 <릴레이션 칩Relationchip>이다.
독일 작가 고트프르트 켈러의 희곡 <옷은 사람을 만든다>에 비유해서 <옷은 친구를 만든다>는 부제목을 달고 있는 이 <릴레이션 칩>은 간단하게 말한다면 헌 옷 물물 교환의 현대 디자인적 접근과 해결책이라 보면 된다. 여기서 디자인적 접근과 해결책이란 <릴레이션 칩>이 단순한 헌 옷 물물교환에 그치는 것은 아니라, 디자인의 힘을 빌려 우리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문화 코드를 만들어낸다는 의미에서이다.
즉, 사람들이 입던 옷을 깨끗하게 세탁해서 길이를 줄이거나, 염색을 하거나, 형태를 변형하고, 장식을 달거나 해서 새로운 옷을 만든다. 릴레이션 칩측에서는 이를 모딩(Modding)이라 부르는데, 전시장을 찾은 관객 또는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미리 준비된 모딩된 옷 중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자신이 입고 온 옷과 교환을 한다. 손님들이 놓고 간 옷은 다시 디자이너들의 손을 거쳐 새로운 옷으로 탄생하게 된다. 이때 키 포인트는 옷을 수선하는 과정에서 세탁이 가능한, 아플리케이션 형태로 된 RFID칩을 옷에 달아주는 것이다. 이 칩은 매장에 있는 칩 리더기로 읽으면, 처음 옷을 가져온 사람에 대한 간단한 정보와 사진, 그리고 그 옷을 거쳐간 사람들에 관한 정보, 옷을 모딩한 디자이너에 관한 정보를 볼 수 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그 옷이 거친 과정과 이야기를 읽고, 짧은 댓글을 남겨 소규모 온라인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도 있다.
칩에 있는 정보를 읽는 기계
릴레이션칩의 현장 작업 장면
<이글은 한국 디자인 진흥원에서 해외 리포트를 맡고계신 박소영님의 글입니다> <출처 : designdb.com / 박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