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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여자네]비행기값 건진다…주말 일본 쇼핑

ohnipper 2007. 4. 12. 12:14
[그여자네]비행기값 건진다…주말 일본 쇼핑


▲해외 쇼핑의 첫 추억

하라주쿠의 구제 옷 전문점 ‘KINJI’. 가격도 저렴하고, 우리나라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독특한 디자인이 많다.
일본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떠난 첫번째 외국이다. 졸업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겨울, 자매결연을 맺은 일본의 어느 학교를 방문한 것이 나의 첫 해외 여행이었다. 당시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방문했던 일본은 목이 말라도 음료수 한 병 제대로 사 마시지 못할 정도로 비싼 물가에, 들어가는 가게마다 학생인 나의 신분으로는 구입할 수 없는 비싼 물건들뿐인 곳이었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날에 들른 ‘100엔숍’은 천국과 다름없었다. 그곳에는 분홍색 키티 필통도, 지갑도, 열쇠고리도 모두 100엔이었다. 가게 전체에 있는 물건들이 모두 당시 우리나라 돈으로 1200~1300원 정도. 환전해간 거의 모든 돈을 그곳에서 사용했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책상 안 깊숙한 곳에 넣어두고 몇날 며칠을 행복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곳에서 구입한 물건들은 한국에서 좀처럼 만나기도 힘든 물건이거니와 설사 구입할 수 있다고 해도 절대로 1000원대에는 살 수 없는 물건들이었기에 행복해 했다.

이후 나는 해외여행이나 출장길에 많은 쇼핑을 하게 된다. 내가 그곳에서 구입해 오는 물건들은 한국에서 판매되는 물건들보다 최소 30% 이상은 저렴해야 한다는 것과 한국에서 좀처럼 구할 수 없는 독특한 물건이어야만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50% 이상 파격가에 세일하는 상품들만을 골라 여행 가방에 담아 온다. 해외 쇼핑길에는 언제나 이런 원칙을 지켜가면서 쇼핑하기 때문에 나는 언제나 200% 만족스러운 쇼핑을 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비행기 값까지 벌어 올 때도 있다.

▲한국보다 싼 물건만 골라 구입하라

이건 나의 해외 쇼핑의 첫번째 원칙이다. 여행 전에 시간을 내어 면세점 쇼핑도 즐긴다. 하지만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은 기본적으로 고가의 수입 브랜드가 많기 때문에 반드시 쇼핑 전에 꼭 필요한 물건들을 적어두고, 필요한 물건들만 골라 구입해야지 충동구매를 해서는 안 된다. 또 각 면세점마다 약간의 가격차이가 있거나, 회원들에 따라 할인해 주는 할인 폭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한 곳만 들러서 쇼핑하지 말고 최소 2군데 이상의 면세점들을 들러 가격을 꼼꼼하게 체크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주말마다 공원이나 대형 주차장에서 열리는 작은 벼룩시장.
그리고 외국 현지에서 한국에서 판매되는 물건과 똑같거나 비슷한 물건들이라면 최소 30% 이상은 저렴해야 구입한다. 만약 30% 이하 정도로만 저렴하다면 한국에서 세일기간을 통해 구입하거나 아웃렛에서 구입하는 게 더 경제적이기 때문에 무겁게 외국에서 들고 올 필요가 없다. 세일기간에 외국 여행도 노려볼 만하다. 외국의 경우에는 처음에는 30% 세일가로 판매되지만 점차 할인 폭을 50%, 60%, 70%씩 늘려나가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나에게 맞는 사이즈를 90% 대박세일 코너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일본이나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여름, 겨울 정기 세일기간이 아니더라도 계절이 끝나고 시작하는 시기마다 세일이 많다. 때문에 발품을 팔아서라도 신상품보다는 세일 폭이 많은 세일 상품들로만 구입해 온다.

▲환율 하락으로 쇼핑이 즐거워진 일본

살인적인 물가라고 알려진 일본은 최근 환율이 800원대로 크게 떨어지면서 해외 쇼핑을 하기에 가장 좋은 나라 중의 하나가 되었다. 100엔이라 하더라도 예전에는 1300원에 구입해야 했던 물건들을 이제는 870원 선에 구입할 수 있으니 상대적으로 알뜰 쇼핑이 가능해졌다. 게다가 일본에는 100엔숍, 300엔숍처럼 1만원 미만의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그 중에서 내가 시간을 내서라도 꼭 찾아서 쇼핑하는 곳이 바로 300엔숍이다. 100엔숍이 외국 관광객들을 위한 장소라면 이 곳은 3배 더 비싼 만큼 좀더 쓸모 있고 예쁜 물건들만을 모아 판매하기 때문에 외국인보다 일본 멋쟁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특히 다이칸야마에 위치한 ‘쿠쿠(CouCou)’는 인테리어 소품부터 주방용품, 패션 소품 등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컬러풀하고 사랑스러운 물건들을 모아 판매한다. 여기에서 판매하는 모든 물건들이 300엔, 세금을 붙여도 315엔이므로 우리나라 돈으로 3000원이 채 안되는 돈이다.

최근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신주쿠의 ‘내추럴 플렌티(Natural Plenty)’는 주방, 인테리어 소품들을 모두 300엔에 구입할 수 있는 300엔숍이다. 시부야역에서 ‘109백화점’을 지나 언덕길을 올라가다보면 왼쪽에 보이는 ‘쓰리 미닛 해피니스(Three Minutes Happiness)’에서는 대부분의 물건들이 1000엔 미만으로 판매된다. 특히 2층에는 300엔짜리 물건들이 많아 이곳도 역시 추천할만한 쇼핑장소다. 만약 일본 여행길에 짐이 늘어나서 또 하나의 가방이 필요하다면 이곳에서 700~800엔 하는 여행가방을 구입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일본에는 지하철역 입구마다 대형 화장품가게들이 모여 있는데, 이곳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일본산 수입화장품들을 최고 50% 이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또 3개 1000엔에 판매하는 양말이나 스타킹, 500엔짜리 미니 우산은 가격대비 품질이 좋기 때문에 나의 주된 쇼핑 품목이다.

▲구제 쇼핑도 일본이 최고다

잡화 전문 300엔숍 ‘COUCOUC’
멋쟁이들 사이에서 ‘빈티지(Vintage)’ ‘세컨드 핸드(Second Hand)’ 제품으로 불리는 구제 쇼핑도 일본이 최고다. 물론 런던이나 파리, 뉴욕에도 구제(중고품) 쇼핑을 즐길 곳이 많이 있지만 이런 나라들은 비행기 값도 비싸고, 여행이나 출장을 갈 기회가 흔하지 않다. 따라서 일본이 여러 가지 경우를 따져본다면 세계 최고의 구제 쇼핑장소다. 더욱이 일본 사람들은 깔끔한 성격 때문에 다른 나라의 구제 가게들에 비해 판매되는 의상과 소품들을 깨끗하게 세탁하고 수선해서 판매하는 장점이 있다. 또 한국인 체형과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 몸에 맞는 옷과 소품을 구하기도 훨씬 수월하다.

일본에 10개의 매장을 가진 구제 옷 전문점 ‘한지루(Hanjiro)’는 내가 틈 날 때마다 소개하는 일본 최고의 구제 쇼핑장소다. 특히 하라주쿠의 한지루 매장은 가장 크고, 싼 물건들이 많기 때문에 시간을 내서라도 꼭 가서 쇼핑을 한다. 이곳에서는 1000원 스카프, 3000원 티셔츠, 7000원 벨트 등 우리나라 돈 1만원 미만으로 구입할 수 있는 물건들이 가득하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은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독특한 디자인이 많아, 싼 가격에 구입해서 한국에서 폼나게 입을 수 있다. 또 하라주쿠 한지루 매장 지하에는 구제 옷과 소품을 판매하는 ‘긴지(KINJI)’ 매장이 최근에 오픈했으니 구제 쇼핑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곳도 놓치지 말고 들어가 쇼핑하라. 주말을 이용해서 일본을 가는 사람은 크고 작은 공원이나 주차장에서 열리는 일본 벼룩시장을 꼭 방문해야 한다. 이곳에서는 옷과 소품은 물론 그릇, 가전제품 등을 파격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현지 사람들의 소박한 생활을 구경하는 재미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에 수입되지 않은 미유통 브랜드 숍을 들러보아야 한다. 전 세계 패션 멋쟁이들의 교복이라고 불리는 패션 브랜드 ‘자라(Zara)’ 매장에는 우리나라 브랜드 매장의 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최신 유행 스타일을 구입할 수 있다. 1년 365일 세일하는 코너가 있기 때문에 알뜰 쇼핑을 즐기려면 이곳에서만 집중적으로 쇼핑해도 된다. 나는 비싼 명품 브랜드를 구입하러 해외 원정쇼핑을 가거나 세관에 걸릴 만큼 고가의 물건들을 구입하지도 않고, 또 구입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도 없다. 하지만 30만원대의 비행기로 떠날 수 있는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 등에는 한국에서 쇼핑하는 것보다 더욱 싸고 좋은 물건들이 많기 때문에 여행길에 덤으로 알뜰 쇼핑을 하여 비행기 값을 벌어 온다.

▶일본 알뜰쇼핑 명소

◇한지루: 일본 구제 옷과 소품을 판매하는 곳. 파격적인 세일 상품들만을 판매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1만원 미만의 알뜰 쇼핑이 가능하다. www.hanjiro.co.jp에서 신주쿠, 하라주쿠, 다이칸야마 등의 가게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COUCOU: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아가씨의 방을 컨셉트로 만든 잡화 전문점으로 동경에는 유일하게 다이칸야마에 매장이 있다. 이곳의 모든 물건들은 300엔. 여기에 소비세를 포함하여 315엔에 구입할 수 있다. 봄맞이 인테리어 소품을 구입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 www.coucou.co.jp

◇Natural Plenty: 20대 여성들이 즐겨 찾는 내추럴 플렌티는 105엔부터 시작하는 알뜰 인테리어숍이다. 신주쿠 미로드 쇼핑몰에 위치해 있다.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식기 세트부터 목욕용품, 주방용품에 관한 모든 것이 구비되어 있다. www.natural-kitchen.co.jp

◇일본 벼룩시장: 일본에는 주말마다 공원이나 대형 주차장에서 크고 작은 벼룩시장이 열린다. 요요기공원이나 키치조지공원처럼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벼룩시장 이외에도 일본 시민모임에서 운영하는 벼룩시장들이 많이 열린다. 벼룩시장의 위치와 시간은 www.recycler.org를 통해 알 수 있다.

〈배정현/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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