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면, 릴레이션 칩 홈페이지에는 소개가 된 0001번 체인의 경우, 작년 생-테티엔 행사때 디자이너 올리버 폭트가 자신의 자켓을 기증하는 것으로 옷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폭트의 자켓은 릴레이션칩 팀에 의해 모딩되고, 이것을 이반다-맘바가 교환해 갔다. 이반다-맘바는 그 대신, 자신이 입고 온 자켓을 두고 갔고, 릴레이션 칩 디자이너들이 모딩한 그 자켓은 이번 베를린 행사때 나드지가 가져갔다. 나드지는 대신 자신의 보라색 자켓을 두고 갔는데, 이 자켓은 지금 하이케 손에 들어가 있다. 이처럼 처음 시작한 옷을 기준으로 체인 번호가 정해지는데, 간혹 옷에 담긴 재미난 에피소드들이나 특이한 사연이 공개되기도 한다.
┕ 0001번 체인의 발전 모습과 칩에 저장된 정보
<릴레이션 칩> 프로젝트는 작년 겨울 생 테티엔드 국제 디자인 비엔날레(Biennale Internationale Design in St. Etienne)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프랑스 디자이너 나탈리 크라셋이 생 테티엔 비엔날레 프로그램 중 <코하비테이션. 함께 살기 Cohabitation, Living Together> 전시회에 폭트와 바이쩨네거를 초대한 것이 계기가 되어 탄생한 것이다, 전시회의 주제에서도 알 수 있지만, 릴레이션 칩의 배경은,현대사회의 넓은 네트워크 시스템을 활용해 부부관계나 가족관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생활, 즉 함께 살아가기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이다. 당시 릴레이션 칩 멤버로 슈테판 디에쯔 Stefan Diez , 애릭 레비 Arik Levy, 나탈리 크라세 Natali Crasset 등 (제품) 디자이너를 비롯하여 클라우디아 스코다 Claudia Skoda, 에이칫 보스탄 Ayzit Bostan, 플로린다 슈니첼 Florinda Schnitzel, 코스타스 무쿠디스 Kostas Murkudis 등 패션 디자이너들이 함께 했다. 그 결과물들은 릴레이션 칩 Relationchip Organisation 측이 마련한 온라인 데이터 뱅크에서 추적할 수 있다.
올해 베를린 행사에는, 블레스 BLESS의 이네스 카악 Ines Kaag, 클로딘 브리노 Claudine Brignot, 에이칫 보스탄, 하만 수트라 Haman Sutra, 프로린다 슈니첼 등이 의류 리-디자인의 방향을 모여주는 의류 자키(CJ: Cloth Jockeys)로 활동했다. 이처럼 릴레이션 칩은 패션 디자이너들을, 음악을 소개하는 디제이나 영상을 다루는 비제이의 개념처럼 의복을 소개하는 클로드 자키인 씨제이(CJ)의 개념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사실, 누구나 한 번 쯤은 입지 않는 옷 처리로 고민을 해 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요즘은 세컨드 핸드 의류매장이나 벼룩시장을 통해 재활용이 활발한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남이 입던 옷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헌 옷을 꺼려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무리 시스템이 훌륭하다고 해도 헌 옷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현대 사회가 직면한 환경문제나 일부 지역에 몰려있는 과다생산과 과다소비라는 사회구조의 단점을 돌아볼 때, 헌옷이나 헌 것에 대한 인식의 전화이 요구되는 것이 현실이다.
폭트와 바이쩨네거의 <릴레이션 칩> 프로젝트는 바로 물물교환, 의류 재활용 시스템, 현대 소비사회의 상표(브랜드) 문화 그리고 이런 제도의 문제점들을 보안해서, 새로운 의료 재활용 문화를 만들어 내자는 것으로 보면된다. 다시 말해 릴레이션 칩 프로젝트는, 디자인과 디자이너들의 능력을, 과소비를 부축이는 새로운 물건 생산이 아니라, 헌 것, 낡은 것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장치로 이용한다는 점, 낡은 것이 가진 세월의 흔적을 아끼게 되는 가치관의 전환과 새로운 문화 창조,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이런 이야기가 있는 옷이나 사물을 통해 점점 익명성이 늘어가는 현대 사회에서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해 가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물론, 낡은 것, 남이 사용하던 것, 다시말해 남의 흔적이 하나의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는 문화코드가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는 휴머니즘적 사고가 사회전반에 깔려있어야 할 것이다.
사진출처: 릴레이션 칩 홈페이지
www.relationchip.org
<이글은 한국 디자인 진흥원에서 해외 리포트를 맡고계신 박소영님의 글입니다>
<출처 : designdb.com / 박소영>